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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만든 영화, 예술이 될까?

by 이미뇽02 2025. 11. 12.

최근 인공지능(AI)이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의 얼굴을 합성하며, 심지어 감독 역할까지 맡는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놀랍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묻는다. “AI가 만든 영화도 예술일까?”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 영화 제작의 현황과 그 안에 담긴 가능성, 그리고 인간 창작자와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예술적 고민을 짚어본다.

AI 영화의 등장 – 기술이 만든 새로운 창작 방식

AI가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단순한 도구로서의 활용을 넘어서면서부터다. 과거에는 인공지능이 색보정이나 음향 보정, 편집 보조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장면을 연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2024년에는 해외에서 AI가 전 과정에 참여한 단편영화가 영화제에 초청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흐름은 영화 제작의 ‘민주화’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제작비가 적은 창작자들도 AI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몇몇 감독들은 “AI는 새로운 조감독”이라며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존재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영화란 결국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예술인데, 계산된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정선을 완벽히 재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AI가 만들어낸 장면은 분명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비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이는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설계된 이미지보다, 약간 흔들리는 카메라와 예기치 않은 표정 속에서 진짜 감정이 피어난다.

예술의 경계 –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AI 영화가 늘어나면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질문은 “누가 진짜 창작자인가?”이다. AI는 학습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그 학습 과정의 기반에는 여전히 인간의 작품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AI의 창작물은 ‘2차 창작’에 불과한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인가? 예를 들어, AI가 쓴 시나리오는 인간이 수천 편의 영화 대본을 학습시켜 만든 결과다. 즉, AI의 창작에는 이미 인간의 흔적이 깊숙이 스며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인간 또한 자신이 본 영화와 경험한 감정들을 토대로 작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인간과 AI의 차이는 단지 ‘감정의 유무’ 일뿐일까?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다. 예술은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와 감정이 담겨야 한다. AI는 명령에 따라 결과를 도출할 뿐, 스스로의 의도를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만든 영화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예술’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한 걸음 모자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평론가들은 “AI도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예술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이 말은 인간 중심의 예술관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술의 정의가 확장되고, 창작의 개념이 기술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가능성과 한계 – 인간과 AI의 공존

AI 영화가 완성형 예술이 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의 진정성이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느낄 수’는 없다.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창작자의 감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장면은 정교하지만, ‘인간적인 흔들림’이 없다. 관객은 그 미묘한 차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AI 영화가 ‘완전한 예술’이라기보다, ‘기술이 돕는 예술’에 가깝다. 인간이 감정을 설계하고, AI가 그것을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식의 협업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실제로 몇몇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AI를 시나리오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 감독이 주제를 입력하면 AI가 다양한 전개 안을 제시하고, 그중 일부를 인간이 수정·조합해 완성도를 높인다. 이는 창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인간의 감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 AI가 인간의 표정, 감정, 심지어 ‘영감’까지 모방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예술은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분명히 남는 것은 있다. 바로 “감정을 느끼는 주체로서의 인간”이다. 영화는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매개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그래서 영화의 예술성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예술의 본질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AI가 만든 영화는 분명 놀랍고 흥미롭다.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도 어딘가 비어 있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주는 감정의 울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예술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정을 창조할 수는 없다. 결국 AI는 인간 예술의 도구이자 파트너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존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태어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언어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다만 그 옆에 이제는 ‘AI’라는 또 다른 창작자가 함께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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